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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반려동물

미국에서 강아지 분양 받기 (4)

지난 블로그 요약

왕복 11시간, 긴 여정 끝에 드디어 집에 데려온 강아지. 하지만 해야 할 것들이 많이 있었는데...


첫날은 많이 피곤할 테니 일단 적응할 수 있게끔 놔두라는 브리더의 조언에 따라 배변 패드(Potty Pad) 넓게 깔아주고 철장(Crate)에 이불도 깔아주고 그렇게 두었다. 많은 분들이 그렇겠지만 처음 데려온 날은 그냥 놔두기가 가장 어려운 일 아닐까. 뭐하나 싶어서 빼꼼 보고, 행여 사고 치진 않나 슬쩍 보고.

 

미국에선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가령, 아픈 경우) 아무도 집에서 강아지 대소변을 보게 두지 않는다. 이웃 주민들은 옆 집에서 개를 키우는 것 같은데 하루에 한 번도 외출하지 않는 것 같다 싶으면 바로 신고할 것이다. 동물 학대로 보기 때문이다. 어린 강아지의 경우 대소변을 참을 능력이 없기 때문에 2~3시간 간격으로 한 번씩 밖에 나가야 하는데, 고층(High-rise)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었기에 내가 잠든 새벽에는 어쩔 수 없으므로 배변 패드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 해야 할 일은 관리 사무소(Leasing office)에 강아지 거주 사실을 알리는 것이었다. 내 경우에는 보증금 $250에 매달 $50 정도의 추가 요금이 부과되었다. 이 부분은 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모두 다를 것이다. 일견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집주인 입장에서는 강아지가 집에 무슨 사고를 칠지 모르지 않는가. 추가 요금의 경우는 이전에도 설명했지만 커뮤니티 주변에 배변 봉투를 채워 넣고, 누군가 치우지 않고 간 배변 흔적을 치워줘야 하는 등(한국이나 미국이나 뒤처리를 안 하고 가는 사람들은 많다) 관리 측면에서도 비용이 발생하니 당연한 부분이겠다. 나로서는 부과한 요금을 성실히 납부했으니 그에 따라 합당한 요구를 할 수도 있는 것이겠고.

 

"처신 잘 하라구", 2018년 9월 25일

 

두 번째 할 일은 카운티(County, 한국으로 따지면 지역구 정도 되겠다)에 등록하는 일이었다. 내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의 경우, 1살 미만의 강아지의 경우 등록비는 무료고 이후 1년 혹은 3년 단위로 갱신하는데, 갱신 비용은 중성화 수술을 마친 경우(Altered, 성별에 따라 남자 강아지는 Spayed, 여자 강아지는 Neutered) 연 $12, 그렇지 않은 경우 $25 였다. 또한, 등록 및 갱신 시 반드시 광견병(Rabies) 백신 접종 증명서를 제출해야 해야 하므로 실제 등록이 가능한 시점은 대략 생후 3개월 이후 정도가 된다. 마이크로칩 번호 기재란도 있으니 강아지를 잃어버렸을 경우 이를 바탕으로 주변 쉼터(Shelter)에 문의해 볼 수 있겠다.

 

카운티 등록을 위해 백신 접종이 필요하니, 세 번째는 애완동물 병원에 가서 백신 접종을 하는 것이었다. 구글에서 검색해 괜찮은 병원을 찾은 뒤에, 연락해 진료 예약을 잡고 방문하면 간단한 검사와 필요한 백신 접종에 대해 알려줄 것이다. 내 경우에는 4주 간격으로 한 번 방문 시에 $60~$120 정도의 비용이 발생했고 Bordetella, Bivalent Influenza, DHLP-P (간단히 Distemper), HTW (Lyme/Erlich/Anap), 광견병 이외에도 많은 백신을 접종시켰다. 접종 자체는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다르다고 느낀 부분이 수의사가 설명 시에 해당 백신의 접종이 어떤 영향을 미치고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굳이 맞출 필요 없다고 얘기하는 부분이었다. 보통은 꼭 필요하니 접종하라고 하는 거 아녔나 싶었지만, 여기선 의사라는 직업이 서비스 직종에 가깝기도 하고 사실의 전달과는 별개로 그에 따른 행위와 그 결과는 개인의 선택에 맡기는 거니까.

 

 

외국으로 여행 시에 마이크로칩 삽입은 필수다. 마이크로칩은 그 자체로는 의미가 없고, 칩에 내장된 고유 번호와 소유주의 주소 및 연락처와의 연결고리를 유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기에 이 유지 비용이 따로 발생한다. 내 경우에는 매년 $21.99의 유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병원에 있는 재밌는 시력 검사표

 

마지막으로 애완동물 보험 가입이었다. 대다수의 보험 상품은 골절 및 암과 같은 가까운 시일 내에 예측할 수 없는 사고에 대해서 그에 필요한 의료비를 계약 한도 내에서 보장해주고, 백신 접종, 중성화 수술, 치석 제거 등의 치과 진료와 같은 일상적이고 정기적인 진료에 대해서는 보장해주지 않는다. 계약은 보통 자기 부담 공제액(Deductible)을 얼마로 할지, 연간 최대 보장 금액과 몇 % 까지 보장할 지로 이뤄지는데 내 경우에는 $500의 자기 부담금과 연간 $15,000 청구 가능액에 환급 비율 90%의 설정으로 매달 $50 정도를 지출하고 있다.

 

보험 회사의 보장 내용과 계약 설정 및 회사의 신뢰도 등에 따라 많게는 매월 $100가 넘는 보험료를 지출할 수도 있다. 보험 가입을 하지 않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불의의 사고 발생 시 의료비가 $10,000에서 $20,000 정도 발생할 수 있다 보니 나는 가입하기로 결정했었다. 보험 회사에서는 가입 시에 주 진료 병원을 지정하고, 기저 질환 및 골절 질환(가장 많은 보험 청구 건) 존재 여부 확인을 위해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니, 보험 회사를 결정했으면 병원에 연락해 진단서를 받도록 한다.

 

이 정도가 데려오고 나서 최초로 해야 했던 일인데, 일시적인 지출 외에도 매달 정기적인 지출이 추가되는 것도 작은 부분이 아닐 수 있으니 심사숙고해서 강아지를 키울지 결정할 일이다.

 

"그건 모르겠고, 나는 달려야겠다", 2018년 10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