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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반려동물

미국에서 강아지 분양 받기 (2)

지난 블로그 요약

홀로 미국 생활 도중 적적함을 달래기 위해, 강아지 입양을 결정하고 관심 종을 찾던 도중 풀리(Puli)를 발견하게 되는데...


누가 한 눈에 봐도 알 수 있듯이, 특이했다.

자연적으로 생긴 드레드락(Dreadlock) 스타일 털이나 기사의 제목처럼 대걸레인지 개인지 구분이 안 되는 그런 특이함이었다.

 

대걸레가 움직인다. 출처: Google Images

해당 종의 정보를 얻기 위해 AKC에서 개별 종의 상세 소개 페이지로 가 보았다.

 

풀리(Puli)는 천 년 전 마자르 사람(헝가리인)에 의해 유럽에 소개된 헝가리 고유의 품종으로, 가축 방목(Livestock Herding) 시에 감시, 몰이 등에 사용되었다. 1936년, AKC에 공식 품종으로 등재되고, 1951년에 아메리카 풀리 클럽(Puli Club of America)이 설립된다 (※ 미국에는 대부분의 품종에 해당하는 각각의 클럽이 활성화되어 있다.)

 

사실 풀리와 매우 비슷한 다른 품종이 하나 더 있는데, Beck의 Odelay 앨범의 커버 아트에서 허들을 넘고 있는 코몬도르(Komondor)이다.

Beck의 'Odelay' 앨범 커버 아트. 출처: Wikipedia

코몬도르도 헝가리의 품종견인데, 둘의 차이는 일단 크기. 풀리는 중소형견(체고 40cm, 몸무게 12~15kg)이고, 코몬도르는 초대형견(체고 66cm 이상, 몸무게 40kg 이상)이다. 풀리의 털 색상은 보통 검은색이 가장 많으나, 흰색, 회색 등도 존재하지만, 코몬도르는 흰색만 있다. 꽁꽁 뭉친 털이 일종의 방어구 역할을 해서, 늑대와 같은 포식자들이 가축을 노릴 때 풀리가 짖어서 알리면 코몬도르는 대처하는 식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풀리는 페이스북의 창업자인 마커 저커버그의 비스트(Beast) 일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정말 많이 알려지지 않은 품종이라 AKC 내에서 인지도는 2021년 현재 160위이다. 털 빠짐은 거의 없지만 가축 몰이에 사용되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많은 육체적/정신적 활동과 잦은 털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이 아마 비인기 요인으로 생각된다. 아마 이렇게 비유하면 되려나.

보더 콜리만큼 일이 필요한데, 털 관리도 어렵다.

 

털 관리의 가장 어려운 점은 일단 도구를 쓸 수가 없다. 간단히는 뭉친 털을 일정 크기만큼 결을 내서 각각 찢어주는 게 관리 방법이다. 이 같은 관리를 적어도 1주일에 한 번은 해주는 게 기본 관리다. 보통 털 관리가 어렵다는 강아지라면 털 빠짐(Shedding)이 심한 강아지일 텐데, 이건 아무리 관리를 해줘도 온 집안이 털로 뒤덮이는 어려움이라면, 풀리는 밖에 나갔다 오면 온 동네 먼지, 나뭇가지, 잔디, 나뭇잎 등을 털에 꽂고 들어와서 온 집안에 털어놓는 어려움이다. 근데 털이 뭉쳐 있어서 도구를 쓸 수 없으니 전부 손으로 떼줘야 한다.

 

뭐 커여우면 장땡이라고, 항상 "내가 뭘" 이란 표정으로 쳐다본다.

"내가 뭘?", 2020년 9월 7일 체셔피크 만 해변에서

 

일단 자신에게 맞는 품종을 결정했다면 다음은 브리더를 찾는 과정인데, 해당 품종의 클럽에서 회원 목록을 찾아보거나 AKC의 Marketplace을 이용할 수 있다. 책임 있는 브리더들은 보통 3년에 2번 정도의 출산을 계획하기 때문에, 출산 전부터 입양자를 찾기 위해 공고를 올리니 짧게는 1개월에서 많게는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나의 경우에는 2018년 당시 약 6개월 정도의 기간이 소요되었다. 먼저 가장 가까운 지역인 펜실베이니아 지역의 브리더에게 연락을 취했었는데, 자기는 계획이 없으나 연락이 닿을 다른 브리더를 소개해주겠다며 뉴욕 주 북부의 브리더를 연결시켜주었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해당 브리더는 이전 블로그에서 소개했던 뉴욕 타임즈 기사에 나왔던 그 브리더였는데 1976년에 처음 풀리를 데려와 1978년부터 분양을 시작했으니 40년을 넘게 브리더로 활동한 명망 있는 브리더였다.

 

이메일을 통해 자신을 소개하는 간단한 인사와 함께, 사는 지역, 가구 구성과 형태, 입양 목적 등등 다양한 문항으로 구성된 질문서(questionnaire)를 같이 보냈었다. 질문서에 답변을 작성하고 나서 정말 가능한 한 많은 것을 물어보았다. 가장 중요한 것이 일단 부모의 기질. 일단 개와 관련된 여러 가지 사고가 많다 보니, 많은 주에서 관련 사고 발생 시 법적으로 엄격한 책임(Strict Liability)을 소유주에게 부과한다. 메릴랜드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단순히 행인을 무는 것뿐만 아니라 달려들거나 놀라게 해서 상해를 입히는 것만으로도 법적으로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될 수 있다.

 

다음은 기본적인 품종에 대한 특성이나 기타 어려운 사항들을 물어보면서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고, 출산 후 8주 전에는 분양을 시킬 수 없기에 나의 입양 시기는 2018년 9월 말 정도가 될 것이라 알려주었다. 그 때까지는 참고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기다리던 시간이 되어 데리러 뉴욕 주로 직접 가게 되는데...

 

"이 공은 내 꺼, 까불지 마라", 2021년 1월 31일

 

- 다음 편에 계속.